미혼모에게 평안·희망의 쉼터… 취약 청소년들에겐 꿈의 산실

작성일2019-04-19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자금을 출연해 설립한 여의도청년장학관 산하 기관의 시설. 청소년 미혼모 시설인 바인센터의 산후회복실 모습. 여의도청년장학관 제공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지하철 2·9호선 당산역 부근의 한 빌딩. 이곳 6~8층엔 미혼모를 위한 복지시설이 마련돼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자금을 출연해 설립한 (사)여의도청년장학관(김형효 관장) 산하기관인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 ‘바인센터(Vine center)’다. 청소년 임산부와 아기를 위한 기본적 숙식과 산전산후관리를 제공하며 자립을 돕는다. 바인센터는 지난해 12월 5일 영등포구청에서 인가를 받았다. 현재 입소 대상자를 모집중이다.

18일 찾아간 바인센터는 조용하고 아늑했다. 7층의 산후회복실은 거실과 화장실, 엄마와 아기를 위한 방으로 꾸며져 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 두 개가 놓여있다. 엄마를 위한 침대엔 옅은 청색 이불이, 아기 침대엔 흰색 바탕의 깨끗한 이불이 깔려있다. 엄마와 아기가 생활하면 산후도우미도 지원한다고 바인센터 측은 밝혔다.

바인센터엔 출산을 앞둔 청소년 임부 여성들을 위한 모자실도 설치돼 있다. 각 방마다 2명이 생활할 수 있도록 침대와 책상이 있고 거실과 부엌 공간엔 냉장고와 세탁기도 설치돼 있다.

이희주 바인센터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바인센터에서 청소년 미혼모들이 생활할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여의도청년장학관 제공

이희주 센터장은 “바인센터는 일반 사회복지지설과는 구조가 다르다”며 “개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바인센터가 돌보는 이들은 만 24세 이하 임산부 또는 출산 후 6개월 미만의 미혼 청소년 여성이다. 생활 기간은 1년이며 6개월 이내에서 연장이 가능하다. 센터는 입소 후 주거 및 생활을 지원하고 산전산후의 산모와 아기에 대한 의료서비스도 제공한다.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한 불안과 막막함을 해소하도록 돕는다. 학업 지속을 위한 진로상담과 자립 방법도 제공한다.

바인센터는 ‘포도나무’라는 뜻의 영어, 바인(vine)에서 이름을 땄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참 포도나무로 비유하고(요 15:5)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내가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 15:5, 새번역)고 말씀했다. 미혼모들이 이곳에 머물며 희망을 되찾고 열매를 거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미혼모는 2만2065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청소년 미혼모는 2101명으로 전체 미혼모의 9.5%를 차지한다. 하지만 청소년 미혼모의 특성상 사회적 편견으로 신분 노출을 꺼린다는 점에서 실제 미혼모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낙태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바인센터 같은 시설은 미혼모들에게 안심하고 아기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위임목사는 지난해 교회 창립 60주년 기념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의) 공식적 낙태 건수는 17만건에 달하지만 실제 낙태는 이보다 3배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낙태를 막고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도 저출산 문제는 극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인센터는 청소년 미혼모를 입소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시설이다. 법인이 소재한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유일한 청소년 미혼모 시설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은 크다.

이 센터장은 “바인센터는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기준을 갖춘 상태”라며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청소년들은 걱정하지 말고 센터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여의도청년장학관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꿈을 펼쳐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소극장 내부. 여의도청년장학관 제공

바인센터를 비롯해 고교위탁교육지원을 위한 ‘비전센터’, 보호종료아동 자립을 위한 ‘챌린지 센터’, 직업교육 학생을 위한 ‘마이스터 센터’, 학교밖 청소년을 위한 ‘내일이룸학교’ 등을 운영 중이다. 현재 80여명의 청소년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김형효 관장은 “여의도청년장학관이 위치한 당산역 일대를 ‘청년자립벨트화’하는 것을 서울시와 구상 중”이라며 “소외되고 어려운 청소년에게 힘이 돼주는 역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3441&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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