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함께 아이 키우는 ‘에젤 공동체’ 덕에 셋째 낳았어요”

작성일2018-11-18

대구동신교회 에젤 공동체 예배에 참석한 아이들이 지난 4일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육동현 에젤 공동체 회장이 아이와 함께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 대구=황윤태 기자, 에젤 공동체 제공

<2부> 교회·지자체가 돌본다 ⑨ 대구 동신교회의 저출산 대책

지난 4일 대구동신교회(권성수 목사) 1층 사무엘홀. 자동문이 열리자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265㎡(80평) 규모의 예배당이 400여명의 부모와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담요를 깔고 누워있는 아이들이 많아 걸어 다니는 게 쉽지 않을 정도였다.

이들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2층에 위치한 본 예배당 대신 이곳에서 아이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들은 모두 에젤 공동체 소속 신자들로 예배는 2003년 교회의 배려로 시작됐다. 에젤은 ‘돕는 배필’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에젤 공동체 신자들은 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200여 가정 중 17가정은 셋을 키운다.

이날 부모들은 아이를 돌보느라 분주했다. 출입문 주변에는 아빠들이 아기띠로 아이들을 안고 있었다. 엄마들은 예배당 한쪽 구석에 마련된 수유실을 오갔다. 친한 성도들은 삼삼오오 앉아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며 번갈아 기도했다.

예배가 시작되자 에젤 공동체를 담당하는 윤명숙 전도사가 나타났다.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예배 도우미 5명과 함께 단상에 올라선 그는 허리 위에 손을 올리고 아이들과 함께 찬송가를 불렀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대∼” 동요 리듬으로 된 찬송가가 흘러나오자 이리저리 움직이던 아이들이 집중했다.

설교 시간은 육아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윤 전도사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도 하나님의 순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와 놀이할 때 언제 이겨줘야 하는지, 언제 져줘야 하는지를 몸으로 느끼며 아이와의 심리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권면했다.

에젤 공동체는 예배만 드리는 모임이 아니다. 공동체 식구들은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린 뒤 40여개 소그룹으로 흩어진다. 한 그룹 당 4∼5가정이 모여 교회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소그룹 활동에선 16주 과정으로 짜여진 ‘충실한 가정 만들기 시리즈’를 공부한다. 하나님이 어떻게 가정을 설계하셨는지부터 대화하는 방법, 부부 사이의 갈등을 조절하는 성경적 방법까지 담았다. 이제 막 결혼한 성도들을 위한 신혼부부학교 프로그램도 갖춰져 있다. 이들 활동을 모두 마치면 오후 4시가 훌쩍 넘는다.

육동현 에젤 공동체 회장은 “시간을 정해주지 않으면 부모들이 먼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서로의 육아 노하우를 나누는 데 집중한다”며 “못 다한 교제는 가족 동반 모임에서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에젤 공동체에 소속된 가정들은 교회 밖에서도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 식사를 하며 부모가 아이들에게 안수기도를 주는 ‘밥상머리교육’과 아이와 함께 성경을 읽고 필사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에젤 공동체 소속 가정들이 함께 이용하는 SNS에선 각 가정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모습들을 공유한다.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빠 한상겸(35)씨는 “이전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예배를 드리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며 “아빠들도 함께 예배를 드리고 아이를 돌보니 이제는 한 부모만 나와 예배드리는 일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노용식(37) 이지혜(33·여)씨 부부는 에젤 공동체에 들어온 후 출산 계획을 수정했다. 노씨는 “공동체 내에 다자녀 가정이 많은 데다 자녀를 키우는 일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상의해 셋째를 출산했다”며 “아이들과 포도쥬스에 식초를 타 마시며 하나님의 고난에 대해 생각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축복기도를 통해 복음을 가정에 스며들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기도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돌봐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기도해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10년 터울의 두 딸을 키우는 강은하(38·여)씨는 성경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강씨는 “엄마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휴직을 선택해 함께 지낸 뒤 교회 유치원에 보냈다”며 “사역자와 상담하면서 복음의 가치를 담아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을 고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를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교회가 젊은 부부들의 서포트 그룹(응원단)이 돼 줘야 합니다.”

지난 4일 대구동신교회에서 만난 권성수 (사진) 목사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연신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위로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을 위한 에젤 공동체를 처음 구상해 제안한 것도 권 목사였다.

권 목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결국 부모”라며 “부모가 기독교적 가치로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 아이도 변하기 때문에 부모들에게 성경적 가치가 담긴 가정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교회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부모들의 육아를 분담해야 할 성경적 이유로 ‘언약’을 꼽았다. 권 목사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모든 것이 언약”이라면서 “부모와 아이로 이뤄진 가정에서 교회가 가정의 성경적 가치를 강조하고 이들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을 넘어 형 혹은 오빠가 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사회성과 책임감이 길러지는 것 역시 성경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동신교회는 최근 어려운 여건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쏟고 있다. 주변의 소년소녀가장들을 살펴보고 학교와 함께 생활비나 장학금을 지원한다. 권 목사는 “교회는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모두 마치고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러한 돌봄 과정도 양육”이라고 설명했다.

권 목사는 한국교회가 시청과 교육청 등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들과도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회 유치원들은 상대적으로 ‘사립 유치원 파동’에서 자유로웠다”며 “교회와 정부가 힘을 합치면 저출산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34141&code=23111111&sid1=chr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