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아시안게임 한창인데 동쪽에선 강진에 고통

작성일2018-08-21

지난 5일과 19일 잇따라 발생한 대지진으로 주택들이 붕괴된 인도네시아 롬복의 한 마을. 롬복 지역 주택의 90%가 무너진 것으로 추산된다. 윤재남 선교사 제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심각한 지진 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는 동서로 5100㎞에 걸쳐 1만3677개의 섬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도서국가다.

서부의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선 스포츠 열기가 높지만 동부의 롬복은 지난 5일 규모 7.0의 강진이 강타한 이래 19일에도 규모 6.3과 6.9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여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강력한 지진이었다. 사상자는 1780명을 넘어섰고 주택의 90%가 파괴됐으며 4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국은 추산했다.

세계적 휴양지 발리 옆에 위치한 롬복은 가난한 지역인 데다 여진까지 계속되고 있어 피해 집계조차 쉽지 않다. 현지 파송 선교사들은 “인니 정부가 아시안게임 축제 분위기와 관광산업을 해칠까 우려해 구호 등 관련 조처에 미온적”이라며 “한국교회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에서 인도네시아로 파송한 윤재남 선교사는 2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5일 지진으로 가옥의 90%가 무너졌는데 어제 여진으로 더 많이 파괴됐을 것”이라고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윤 선교사는 지난 13일 예장통합과 서울 연동교회가 지원한 긴급 구호물품을 롬복 현지에서 나눠줬다. 그는 “트럭으로 물품을 갖고 들어갔는데 도로가 파괴돼 있어 오토바이로 옮겨 실은 뒤 5개 마을에 물품을 전달했다”면서 “배급 1시간 만에 모든 물자가 동났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택과 도로 등 기반시설이 파괴돼 생필품인 물 쌀 라면 담요 텐트 생리대 등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윤 선교사는 “2006년 인니 욕야카르타 대지진 때는 한국교회 및 기독구호단체의 관심과 재정지원으로 현지에 머물며 두 달간 구호사역을 감당했는데, 이번엔 지진 피해 규모에 비해 구호활동이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하루에 많게는 300여 차례, 여진이라고 하기엔 치명적인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9∼12일 긴급구호를 위해 롬복에 다녀온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천영철 목사는 “지진 피해 보도가 현지에선 아시안게임에 묻힌 데다 정부도 관광산업 위축을 우려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 한인선교사협의회(회장 이명호 선교사)와 협력해 더 체계적으로 구호를 할 수 있도록 롬복지진구호대책위원회(위원장 이인의 선교사)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인의 위원장은 이날 “롬복 북쪽 끝에서 동쪽으로 돌며 피해 상황을 체크 중”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0월부터 우기가 돌아오는데 집이 다 무너져 임시가옥이 절실하다”면서 “이재민 1000명이 화장실 1∼2개를 나눠 쓰고 있어 식수와 화장실 등 위생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우기가 되면 질병 위험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성규 최기영 기자 mainport@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5792&code=23111115&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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