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름을 인정하는 게 하나로 가는 첫 단추”

작성일2018-06-19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28년 전 독일 통일의 숨은 조력자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교회처럼 한국교회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기여할 수는 없을까. 국민일보와 C채널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교회 역할’을 주제로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 C채널 본사에서 교계 북한 전문가들과 특별좌담을 개최했다. 좌담은 19일 오후 3시, 22일 오후 7시 C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표현이 명기되지 않았다.

△남성욱 교수=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차례 만나 비핵화 의제를 조율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서야 교통정리가 됐다.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갖고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정성진 목사=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위대한 한 걸음을 뗐으니 어떻게 그 약속을 이행하느냐에 방점을 둬야 한다.

△박종화 목사=두 정치 지도자의 첫 만남이었다. 70년 만에 만나 웃고 신뢰하는 관계 속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속이 실행될지 지켜보자.

-잇따라 정상회담에 나선 북한의 사정은.

△박=북한 나름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지금이 적기라 생각해 필요한 옵션을 내놨다. 핵폭탄도 완성한 뒤였다.

△남=88서울올림픽 이후 북한에서 개최한 세계청년학생축전은 5억 달러를 들였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이번에는 전략을 바꿨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며 화해·협력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제적·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타이밍을 잡았다.

-회담 이후 나타나는 변화는.

△정=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세계적인 악마에서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 위상을 높였다. 악마는 늘 싸우지만 정상적인 사람은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양호승 회장=젊은이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평화가 올 수 있음을 느끼게 됐다.

△박=북한이 밤의 세계에서 낮의 세계로 왔다. 낮의 세계는 행동하기가 더 어렵다. 나 혼자가 아니고 같이 살아야 한다. 북한이 낮의 세계로 나왔기에 이를 유지하도록 적절한 격려와 비판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선대와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는 확실할까.

△남=베트남은 반미에서 친미로 철저히 변했다. 실리 때문이다. 인민이 잘 살아야 한다.

△정=‘실리’ 하면 덩샤오핑이다. 사람을 먼저 부유하게 만들자는 게 그의 ‘흑묘백묘론’이다. 김 위원장은 청소년기를 스위스에서 보냈다. 듣고 배운 게 있고 언어에도 자신감이 있으니 국제무대에 나오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대북 지원 단체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 같다.

△양=월드비전은 1994년부터 많은 사업을 해 왔다. 농업기술을 전하고 농촌을 개발하다 지금은 중단됐다. 다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방법은 많이 바뀔 것 같다. 정부 주도의 사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듣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정=한국교회봉사단 이사장을 하며 영유아 영양식 공급 사업을 했다. 북한 내 공장들을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도 평양에 가 함께 기도운동을 열고자 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는.

△남=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를 분양할 때 심사위원이었다.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를 활용할 수 있었다. 다만 사장이 북한 노동자에게 직접 월급을 주지 못해 그 돈이 핵무기에 전용된다는 얘기도 나왔던 게 현실이다. 북한이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 세계은행 등 국제적 기금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개성공단을 만들 때 북한 군부대를 이전하는 비용이 들었다. 서해안과 동해안 어디든 철도를 놓을 때 곳곳에 군부대가 있다. 북한 군부대 이전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이 점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다시 이어질 것 같다.

△정=사람의 가장 큰 아픔이 부모 형제와 헤어져 사는 것이다.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라도 꼭 해결돼야 하며 이는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 문제다.

△박=체제의 통일보다 사람 간 통일이 중요하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있는 이들을 남한에 데려오는 것은 어떨까. 서독도 수용소에 갇힌 동독 주민을 서독으로 데려왔다. 이념적으로 서로 투쟁하기보다 사람 사랑을 중심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북한 체제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방안은.

△정=북한은 ‘주체사상교’라고 하는 일종의 단일 종교가 지배하는 집단이다. 그들이 세계와 교류하면 그 체제가 무너질 텐데,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으면서 경제적 이익도 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을 알면서도 속아주고 믿어주고 연착륙하는 게 우리 민족이 함께 사는 길이다.

△남=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을 강요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탈북자를 보며 생각하건데 이 문제는 신앙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다. 마음의 결핍은 신앙이 메워 준다. 그래서 교회와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 교회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박=북한 경제를 돕자고 남한 경제 체제를 그대로 가져가기는 힘들다. 나름의 체제를 수긍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하나님은 어느 체제에서나 반드시 오신다. 체제나 사상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방식으로 오신다.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다름을 묶어 하나의 공동체로 끌고 갈 힘이 있어야 한다.

△정=북한교회를 전시성 교회라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전시성 교회에서도 정말로 예수 믿고 눈물 흘리는 사람이 생겨났다. 이를 알기에 북한이 경계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전시성이라도 성령은 역사하신다. 하나님은 알고도 속아주신다. 하나님의 그런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진정한 통일이 어렵다.

-끝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남=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일희일비하면 금방 좌절하고 실망할 수 있기에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

△정=화해 분위기라는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 불씨를 살려 통일운동으로 번지도록 해야겠다.

△박=남북 평화공존의 시대가 오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경쟁 시대다. 군사적 경쟁이 아니라 어느 체제가 더 자유롭고 정의로운지, 생활 속 진실과 실천을 다루는 질적 삶은 누가 더 높은지 경쟁하는 시대다. 판문점은 평화의 상징으로 변화할 수 있다. 21세기의 에덴동산으로 만들 수 있다.

△양=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등 일련의 과정이 바쁘게 움직여 왔다. 하나님의 주관하심을 확신하게 됐다. 개별 교회의 사역도 좋지만 연대하면 좋겠다. 교회가 기도하며 북한 사역을 할 때 민간단체와 연합하면 더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할 수 있다.

정리=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66470&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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