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목회] 카페는 기본… 극단까지 운영하며 세상과 소통

작성일2018-06-10

성음교회 음악교실 어린이들이 현악합주를 하고 있다. 성음교회 제공

지난 2일 경기도 성남 성음교회(허대광 목사) 1층 카페 ‘갈릴리안’. 교회에서 운영하지만 일반 카페와 다를 게 없었다. 132㎡(40여평) 공간에 2·4인용 테이블, 커피를 내리는 주방, 계산대가 눈에 띄었다. 메뉴판엔 커피 외에 카르보나라 올리브 파스타 등 식사 메뉴도 있었다. 카페 입구는 교회 출입구와 별도로 마련됐다.

오전 10시. 10여명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대광 목사는 “손님 중에 교회 성도는 한 명도 없다”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은 이들이 카페를 찾는다. 12시만 넘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카페의 커피는 지역에서 나름 유명하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1주일 내 팔기 때문에 신선하다. 좋은 커피만을 팔겠다는 철학도 있다. 허 목사는 “3대째 이어가는 일본의 한 카페를 최근 방문해 커피 맛을 보고 왔다”며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문화목회를 지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과 소통한다. 축구교실 음악교실 상담센터를 무료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2015년 비영리 사단법인 ‘틴하모니’를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축구교실은 회원이 30여명이다. 2009년 시작해 지역에서 축구대회를 3번 주최했다. 프로선수급 강사를 고용하고 교회 옥상에 연습장을 마련했다. 가로세로 각각 18m×25m인 풋살 경기장으로, 인조잔디를 깔았다.

음악교실에선 목요반 일요반 70여명을 대상으로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을 가르친다. 교회가 악기를 지원하고 수리도 책임진다. ‘삐꼴라(이탈리아어로 작다는 의미) 오케스트라’도 만들었다. 허 목사는 “지역에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를 선물하고 싶었다. 수준도 상당하다”고 자랑했다. 상담센터도 아이들 정서 지원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문화목회는 2010년 카페 오픈과 함께 시작했다. 1999년 서울 대치동에서 이전한 교회는 다음 해 예배당을 신축했다. 초기에는 성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인근에 초대형 교회가 많이 들어서면서 정체되기 시작했다. 허 목사는 “원망도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목회의 본질을 고민하고 문화목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문화를 통해 전도하려고만 했어요. 그런데 굳이 애쓰지 않고 지역을 섬기고 소통하기만 해도 사람들이 알더라고요. 그 안에 예수가 계신 것을. 성도들도 그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했어요.”

교회는 또 다른 시도를 한다. 올 연말 분당의 카페거리로 이전해 본격적으로 문화목회를 한다. 좋은 커피와 상설 공연으로 침체된 카페거리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허 목사는 “교회 때문에 지역이 변화되는 것, 그것이 곧 문화목회”라며 “우리 교회가 그 모델이 되고 싶다”고 언급했다.

성음교회가 중간에 문화목회를 시작했다면 서울 미와십자가교회(오동섭 목사)는 2013년 문화목회로 개척한 경우다.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선교를 지향하면서 ‘미목’이란 극단을 운영한다. 지난달 25일 작은 상가건물 지하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입구에는 ‘스페이스 아이’라는 작은 간판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앞엔 전면 거울, 뒤엔 30여석의 객석이 있었다. 연기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는 공간으로, 대기실 분장실도 딸려 있었다. 이곳은 주일에 예배당으로 변한다. 나무판으로 거울을 가리고 가운데에 작은 강대상을 배치한다. 성도는 예술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포함해 40여명이다.
오동섭 목사는 “문화목회는 지역과의 상호 소통이 중요하다”며 “대학로라는 특성을 감안해 이 작은 공간을 관람객, 문화예술인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423898&code=6122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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