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성도가 동포… 고향처럼 편안한 교회 (조선족 동포 돕는 가리봉동 동포사랑교회)

작성일2018-05-25

이순기 목사가 23일 서울 구로구 동포사랑교회 부설 희망나눔가게에서 성도들이 기증한 가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른쪽은 희망나눔가게를 맡고 있는 김은옥 전도사. 강민석 선임기자

중국 동포(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시장 초입. 길게 늘어선 중국어 간판만큼이나 중국어를 쓰는 이들도 많았다. 20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동포들은 어느덧 이 공간에 정착해 새 삶을 가꿔가고 있었다. 23일 찾아간 가리봉동의 동포사랑교회(이순기 목사)는 이들의 신앙 정착 도우미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사랑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았어요. 교회에 오면 사랑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이 목사가 최근 50대 여성 동포에게서 들은 감사 인사다. 교회는 ㈔치과의료선교회와 함께 무료 치과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타지에서 고된 일을 하느라 미처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던 여성이 무료 진료 혜택을 받은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현재 주일마다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며 성경을 공부하고 있다.

교회 옆에 들어선 희망나눔가게도 중요한 선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잉커우(營口) 출신의 김은옥(45·여) 전도사는 10년 전 이 목사를 만난 뒤 신앙을 갖고 신학교까지 졸업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던 그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손님들이 교회를 찾고 있다”며 “판매 수익은 독거노인, 고혈압·암 환자 등 어려운 이웃, 중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인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동포 사역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로 ‘관계’를 꼽았다. 치과와 희망나눔가게도 그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사역이다. 아픈 이를 돕고 이웃과 나누다 보니 교회는 자연스레 동포사회 속에 녹아들었다. 이 목사는 “중국 내 고향 친구와 재회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교회는 이 일대 사랑방이 됐다”며 “전 성도가 동포이기에 고향처럼 편하게 예배드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는 11만9558명. 그 가운데 20.2%(2만4164명)가 구로구에 살고 있다. 5명 중 1명꼴이다. 이 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2003년에만 해도 임금 체불이나 산업재해 등으로 고통받는 동포가 많았다. 하지만 10년 이상 정착한 이들이 많은 요즘에는 주거나 자녀교육 문제로 이 목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다.

교회는 동북아성서신학원도 운영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서울 영등포노회 성서신학원 분원이다. 중국 동포만을 위한 교단 내 성서신학원은 이곳이 유일하다. 건설노동자나 가정부, 간병인 등 11명이 주일마다 신학원을 찾는다. 입주 가정부들은 토요일 휴가를 나와 교회 옥탑방에서 숙식하며 성경을 공부한다.

출석 성도 50명 남짓한 작은 교회이지만 그동안 교회가 길러낸 동포 사역자는 20명이 넘는다. 그중 몇몇은 중국으로 돌아가 탈북자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이 목사는 “중국 동포들은 중국과 북한 사역을 위한 소중한 역군들”이라며 “그 점을 노린 이단들이 최근 가리봉동 일대에 침투하는 만큼 이곳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54013&code=23111113&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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