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이단 헷갈리니 아예 기독 동아리 가입 말아라”

작성일2018-03-20

리교신학대 학생들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학교 내 게시판에 붙은 미투 운동 대자보를 읽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에 이단 경계령과 미투(#MeToo)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이단에 대해서는 해마다 기독단체들이 경고에 나서고 있지만 근래 들어 이단 단체들이 더욱 교묘해진 수법으로 유혹의 손길을 뻗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특히 신입생들은 이들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해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엔 이단들의 준동으로 기독 동아리에도 가입하지 말라는 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투운동은 남녀차별이 존재하는 교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단 활동에 기독교 동아리까지 오해

지난 16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 학생들로 붐비는 학생회관 옆 게시판에는 새내기 모집을 알리는 동아리 포스터로 가득했다. 학생회관 앞 벤치에는 기독 동아리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솜사탕을 나눠주며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동아리 관계자는 “요즘 대학 캠퍼스나 주변 전철역에서 학생들의 연락처를 받으려는 이단단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을 CCM 제작자라거나 QT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소개하며 설문조사를 하는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 차병호 간사는 19일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등의 단체들이 학교 안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등 포교하는 경우가 많아 건전한 기독 동아리나 선교단체들까지 오해받고 있다”며 “학생들이 단체에 가입하기 전에 이단인지 아닌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복협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국 대학생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 연구’에 따르면 기독교를 가장한 이단의 포교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기독교인 대학생은 58.3%였다. 이중 실제로 이단으로 규정된 교회나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6.3%로 나타났다. 이들이 경험한 이단 단체 종류는 신천지(63.6%)가 가장 높았고, 하나님의교회(18.2%), 통일교(4.5%), 여호와의증인(4.5%), 기타(8.2%) 순이었다.

학교들도 대책에 나섰다. 서울신대는 한 달에 2회씩 채플 시간을 이용해 이단종파 교리를 담은 홍보물을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또 교내 이단 대처 동아리인 ‘마침표’를 후원해 학생들이 직접 학우들에게 이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돕는다. 마침표는 3년 전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로 ‘이단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세대는 교내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사역자들의 경우 교목실에 등록한 후 명찰을 패용토록 하고 있다. 명찰 없이 무단으로 포교하는 행위는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숭실대에서 활동 중인 한 선교단체 간사는 “일부 대학에서는 영화감상이나 영어회화, 아기돌봄 서비스, 구호단체 등 위장 동아리를 개설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들었다”며 “학복협 등을 통해 이단단체 여부를 확인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신대는 올해부터 ‘정통과 이단’이라는 3학점 과목을 개설했다. 또 이단 대비 특강도 연 1회 정례화 하기로 했다. 동아리 활동을 할 경우는 반드시 지도 교수를 두고 정해진 장소에서 모임을 갖도록 했다. 어길 경우 활동이 제한된다. 이단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만연된 성차별 고발하는 학생들

19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게시판 대부분은 미투 운동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들로 채워져 있었다. 대자보에는 학교 내 성차별을 고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호소가 담겼다. “너는 조신해서 사모하면 잘 하겠다” “목사하려고? 나중에 남편 뒷바라지 해야지” “졸업 전에 고백 못 받으면 여자도 아니다” 등 자신들이 경험했던 성차별 발언으로 서두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대에서 이런 성차별적 관습과 폭력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사역해야 할 미래 교회 역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가 먼저 변하면 교회도 변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감신대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성폭력상담소’를 개소했다. 학생경건처 주도로 설립된 성폭력상담소가 게시한 대자보엔 “여성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에 여학생들도 감신의 구성원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성폭력상담소는 이런 목표를 실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창일 양민경 김동우 구자창 기자 jangci@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양민경 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19420&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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