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 떠난 아내 뜻 이어 캄보디아에 예수마을 완성할 것

작성일2017-09-15

편종만 목사가 14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사무실에서 캄보디아 ‘예수마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편 목사와 아내 백인숙 사모의 ‘필란트로피’ 인증패. 신현가 인턴기자

이 모든 것은, 편종만 당진 팔복감리교회 목사가 20년 전 우연히 지역 신문에서 ‘하루 5만명이 죽어갑니다’라는 기아대책 홍보 문구를 보면서 시작됐다. 편 목사는 그날부터 기아대책 ‘빵 저금통’ 후원을 통해 굶주린 지구촌 아이들을 도왔다.

편 목사는 20대 때 충남 천안에서 고아원장을 하다 뒤늦게 목회에 뛰어들었다. 이후 교도소 선교, 노인 요양원 섬김 등 항상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아내 백인숙 사모는 든든한 내조자였다. 편 목사의 남다른 후원 활동은 지역으로 확산됐다. 인근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까지 함께 모여 당진 기아대책 지역회를 꾸리고 10년째 함께 활동 중이다.

2009년 백 사모는 회갑 기념으로 캄보디아 껀달주의 한 작은 마을에 우물 개발을 후원했다. 이를 계기로 교인들도 칠순, 손자 출생 등을 기념해 후원에 동참했고, 2년 만에 우물 25곳을 뚫었다.


현장 점검차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자전거를 후원해 달라는 마을 대표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 달 외식 안 하고 5만원으로 자전거 보내기’ 운동을 펼쳤다. 그다음엔 ‘하루 외식 안 하고 모기장 보내기’를 했다. 그때그때 필요에 부응하는 것도 좋지만 “계획적으로 후원해서 예수마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10억원 이상 필요한 큰 사업이었다. 백 사모가 먼저 일을 벌였다. 올 초 부모 유산으로 사뒀던 집 한 채를 내놓기로 결단했다. 편 목사도 내년 3월 은퇴를 앞두고 그동안 모아둔 3000만원을 내놨다. 부부는 각각 1억원 기부를 약정하고, 지난 6월 말 기아대책 ‘필란트로피 클럽’에 가입했다.

그런데 7월 30일 저녁, 백 사모가 갑자기 목욕탕에서 쓰러진 뒤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죽음만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장례식장에서 그녀가 평생 기부하고 남을 도우며 살아왔음을 알게 된 친지와 친구, 이웃들이 감동받아 저마다 남을 돕고 기부하겠다고 고백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편 목사는 14일 “아내가 곁에 있지 않지만 지금도 기아대책 후원자로, 영원한 나의 내조자로 활동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가 약정한 2억원은 예수마을에 드러나지 않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마중물처럼 쓰이길 바란다”며 “주님이 시작하신 일이기에 이뤄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글=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16894&code=23111212&sid1=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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