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교회 전성시대 속 서울은 대형화 여전

작성일2017-06-21

최근 5년간 중소형 교회 건물은 증가세가 두드러진 반면 대형 교회 건물 증가세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에선 중소형 교회가 오히려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향후 교회 공동체의 신앙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교회, 대형교회 증가 수 역전

20일 국토교통부 건축물 통계서비스 프로그램인 ‘세움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증가한 교회 건물 중 건축법상 500㎡(약 150평) 미만의 ‘제2종근린생활시설(종교집회장)’에 포함된 교회가 약 56%를 차지했다.


중소형 규모로 볼 수 있는 이들 교회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187곳이 늘어난 데 이어 2014년 171곳, 2015년 221곳, 2016년 259곳 등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반면 500㎡ 이상인 교회 건물의 경우, 같은 기간 260곳, 165곳, 139곳, 88곳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4년 즈음부터 중소형 교회의 증가 수가 대형교회를 역전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교회를 새로 개척하는 목회자나 성도들은 교회의 규모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형교회 건물의 증가폭 둔화는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 부설 21세기교회연구소가 지난해 11월 개신교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선호하는 교회 규모에 대한 조사에서 교인 100∼300명 수준의 중소형 교회 선호도가 29%로 가장 높았다. 한 교회의 적정 교인 수를 묻는 질문에서도 50∼300명이 52.8%로 절반을 넘어섰다.

논산·정읍 ‘중소형 교회 급증’

지난 5년간 중소형 교회 수가 많이 늘어난 지역으론 충남 논산(20곳)이 꼽혔다. 이어 전북 정읍(19곳), 전남 고흥 및 충남 서산(18곳) 등의 순이었다. 충남 서산에서 개척한 지 10년째를 맞는 기쁨누리교회 문덕암 목사는 “서산-대전 간 고속도로 건설과 대산항 페리호 취항 등이 추진되면서 30∼40대 인구와 아파트가 많이 늘었다”면서 “최근 들어 크고 작은 교회들도 많이 들어선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500 ㎡ 이상의 대형 교회가 늘어난 곳은 강원도 원주가 20곳으로 가장 많았다. 4∼5년 전부터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이 입주하고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파주(18곳), 충남 서산(14곳), 전북 완산(12곳)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만 중소형교회 감소현상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제주도 포함) 가운데 최근 5년 사이 500㎡ 미만의 중소형 교회 수가 매년 우하향 곡선을 그린 지역은 서울이 유일했다. 25개 구 가운데 관악구 성북구 은평구 중랑구 등 16개구에서 39곳이 감소했다. 반면 서울 내 500㎡ 이상의 대형교회는 오히려 47곳이 증가했다.

서울의 땅값이 폭등하면서 재정이 충분한 대형교회 외에는 신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점, 재개발·재건축이 잇따르면서 부지 내에 있던 중소형 교회가 헐리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교회 건물 가운데 500㎡ 이상의 교회는 57%(1만 5361곳), 500㎡ 미만의 교회는 43%(1만 1619곳)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축법령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지어진 건물만을 집계한 점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가 개척교회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중소형 교회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교계에서는 통상 한국의 교회 수를 5만∼6만여개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중 70∼80%가 중소형 및 미자립교회라고 보고 있다.

글=박재찬 이현우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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