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예수 믿으세요” 말 걸면 적대감… 멘토링 세미나 등 생활밀착형 전도를
작성일2017-05-23
대학 캠퍼스에서 노방전도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전도지를 주며 “예수 믿으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학생 중 한 명이 ‘저에게는 당신의 전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카드를 건넵니다.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대학가의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Free Thinkers)가 캠퍼스 내 전도를 하는 이들에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이른바 ‘전도 퇴치 카드’를 배포하겠다고 22일 밝혔습니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2013년 시작된 프리싱커스는 연세대 카이스트 등으로 확산돼 현재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 종교의 교리가 좋으니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태도, 친목행사로 위장한 종교행사에 데려가는 행위 등 ‘무례한’ 전도방식에 대항한다고 합니다.
공격적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단을 경계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들은 기독교 동아리 및 선교단체, 교회의 전도활동에도 동일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혼밥’으로 대변되는 ‘나홀로 문화’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세태가 프리싱커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맞출 필요도 못 느끼고, 맞추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청년들이 일방적 수용을 원하는 포교활동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장근성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는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해보면 학내 전도활동이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수요자중심, 생활밀착형 전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전도활동의 방식을 바꾸는 선교단체나 교회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매년 캠퍼스별로 멘토링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원하는 전공이나 진로의 선배와 신입생을 연결해주고 ‘즐기면서 A학점 따기’라는 제목으로 공부법을 강의합니다. 기숙사에 입소하는 신입생을 위해 이삿짐을 날라주고, 오리엔테이션(OT)에 따라가 술을 억지로 마시지 않도록 안내합니다.
예산과 인력이 충분한 교회는 영어습득과 해외방문을 원하는 대학생을 위해 단기선교나 장학제도 등을 활용하곤 합니다. 전도 대상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복음을 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싫다는 의사를 밝혀도 지속적으로 강권하는 전도방식을 고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전도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이기에 기독교인 모두의 사명입니다. 당연히 성과도 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전도 대상의 입장을 고려하는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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