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많던 도마, 인도인의 ‘천국 의심’ 풀다

작성일2017-05-17

인도 동남부 첸나이 해변에 위치한 성도마성당.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사도 도마의 유해 일부가 전시되고 있다.

초대교회 영지주의 문서 중 하나로 알려진 ‘도마행전’에는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명인 도마가 인도에서 선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궁전 건축을 위해 인도로 갔던 도마는 목수일 대신 가난한 사람을 돕고 복음을 전한다. 도마행전은 도마가 인도 동남부 마드라스(현 첸나이) 근처 밀라포르에서 순교했다고 기록한다. 인도의 개신교 선교는 18세기 영국 침례교 선교사 윌리엄 케리에 의해 본격화 됐지만 초기 인도 기독교 형성은 ‘의심 많은 제자’ 도마에 의해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6일 국제의료봉사회(회장 현옥철 목사) 및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회장 이광섭 목사)와 함께 첸나이 도마 성지를 방문했다. 첸나이엔 십자가가 많았다. 그 십자가를 따라 첸나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세븐웰즈 지역 언덕에 올랐다.

도마가 순교한 장소에 세워졌다는 ‘성도마 마운트 국립 성당’이 눈앞에 나타났다. 성당은 100여명이 들어갈 정도로 아담했다. 입구엔 ‘My Lord and my God(나의 주 나의 하나님)’ 영문 글자가 보였다. 방문자들은 신발을 벗고 예배당으로 들어가 기도를 드렸다.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은 도마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서야 털어놓은 그의 뒤늦은 신앙고백이다. 예수님은 도마에게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요 20:27)고 했다. 그러자 도마는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 20:28)라고 외쳤다.

도마가 인도에 도착한 것은 주후 52∼53년쯤으로 추정된다. 인도 서남부 케랄라의 무지리(Muziri)가 첫 기착지다. 거기서 도마는 복음을 전하며 세례를 베풀었다. 이후 동남부 마드라스로 이동했다. 도마의 영향력이 점차 확산되자 그를 향한 상류층과 힌두교 사제들의 질투와 미움이 극에 달했다.

위협을 느낀 도마가 피신한 곳이 첸나이 해변 인근의 리틀마운트성당 자리다. 도마는 이곳에서 기도에 전념했다고 한다. 성당 안내문에는 “도마가 기도하자 죽은 자가 살아나고 마귀가 쫓겨나고 한센병자가 낫고 맹인이 눈을 뜨고 병자들이 치유됐다. 기적은 지금도 일어난다”고 기록돼 있다.

성당 주위는 ‘테마파크’를 방불케 했다. 예수님과 도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담은 조형물이 즐비했다. 주변엔 도마가 기도했다는 동굴이 보존돼 있고,그가 남긴 손바닥과 발바닥 자국도 볼 수 있었다. 도마가 직접 새겼다는 십자가 자국도 남아있었다. 기도에 전념하던 도마는 결국 창에 찔려 순교한다. 그때가 72년이었다.

유대인이었던 도마는 어떻게 인도까지 올 수 있었을까. 1세기 당시에는 향신료 무역을 위해 남인도에 드나들던 유대 상인들이 있었다. 도마도 이들을 따라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동방교회(네스토리아교회) 역사를 기록한 ‘실크로드 기독교’의 저자 크리스토프 바우머는 “도마는 곧바로 순교하지 않았고 케랄라 지역 크랑가노르에 있는 말란카라섬에 상륙해 7개의 교회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곳 방문 일정의 절정은 성도마성당 방문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때마침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로마가톨릭교회인 이곳에서 개신교 현대기독교음악(CCM)과 찬송가들이 흘러나왔다. 이 교회는 1504년 포르투갈인이 세웠고 1896년 재건축됐다. 성당 뒤편 지하 묘실예배당엔 그의 무덤 모형이 있다. 과거 이 지역에서 발견된 십자가 문양이나 비문, 성경 유물 등도 전시돼 있다. 이 성당은 로마의 ‘베드로성당’,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성야고보성당’과 함께 세계 3대 로마가톨릭교회 성지로 꼽힌다.

인도의 ‘도마 기독교’가 로마가톨릭화된 것은 1599년부터다. 그 전에는 동방교회에 소속돼 있었다. 도마 기독교는 1∼4세기 초대교회의 모습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도마 기독교는 초대교회의 또 다른 형태라는 점에서, 초대 교회의 정신을 계승한 개신교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도 있다.

첸나이(인도)=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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