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1분은 9시가 아니다… 퇴근 이후엔 카톡도 퇴근

작성일2017-02-22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 교육부 회의실에 ‘행복하게 사역하기 위한 12가지 규칙’이 붙어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터 내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다수의 부교역자들은 한 공간에서 예배준비를 하고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합니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얼굴을 마주하고 일을 하다보면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기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교육1부의 교역자들은 머리를 모아 ‘행복하게 사역하기 위한 12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규칙은 엄격하되 합리적입니다.

첫 번째는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입니다. 출근시간을 엄수하자는 것입니다. 규율 위에 자율적 문화를 세우자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두 번째는 ‘말씀을 전하는 자, 말씀을 살아내라’입니다. 설교와 실제 생활의 괴리가 크면 신뢰를 잃게 되고 성도와 동료 목회자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를 예방하자는 취지입니다.


세 번째는 ‘기도할게요 말하고 나서, 바로 짧게나마 기도하자’입니다. 기도를 약속하는 것이 이행의무가 없는 가벼운 인사말처럼 여겨지는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서입니다. 기도하다 보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길 수 있죠. 조직 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는 수직적 관계는 수평적’라는 규칙도 정했습니다.

다섯 번째인 ‘퇴근 시간 이후에는 카카오톡도 퇴근’은 현 세태를 반영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업무를 지시할 수 없도록 하는 일명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선임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규칙도 있습니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휴가 가거나 퇴근 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선임은 입 열기 전에 지갑을 열어라’ 등입니다. 합리적 대우만 보장돼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5년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 범위에서 사역하는 비율은 26.6%에 그쳤습니다. ‘고무줄’ 근무시간보다 부교역자들을 힘들게 하는 건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일이라는 결과도 나왔지요.

노력을 독려하는 규칙도 있습니다. 여덟 번째 규칙인 ‘first-last person이 되라’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할 정도로 일에 열심을 보이라는 것입니다. 아홉 번째는 ‘지구를 지켜라’입니다. 여기에는 부연설명이 따릅니다. ‘사용하는 A4용지만큼 나무를 잘라낸다고 생각하라’입니다.

이 밖에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대안 없는 불만만 갖게 되는 때가 교회를 떠날 때다’라는 규칙도 있습니다.

목회자는 일반 직종과 달리 특별한 사명감과 헌신이 요구됩니다. 그렇다고 소통과 합리적 처우의 부재를 당연시해선 안 됩니다. 부디 저 규칙들이 잘 지켜져서 모두가 즐거운 일터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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