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딛고… 작지만 건강한 목회

작성일2016-09-27

박종현(서울 함께심는교회) 최영민(인천 언덕나무교회) 염종렬(서울 함께가는교회) 김종일(서울 동네작은교회) 김성률(인천 함께하는교회) 이헌주(파주 너머서교회) 양민철(구리 희망찬교회) 목사(왼쪽부터)가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효창교회에서 열린 2016 ‘미션얼공동포럼’ 시작 전 강단에 함께 모였다.

양민철 구리 희망찬교회 목사는 비교적 안정된 교회를 꾸려왔으나 사회참여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경험했다. 양 목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가족을 위한 천막카페를 운영했다. “유가족을 돕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수 교인들이 목회자의 부재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났어요.” 양 목사는 교회 공동체와 사회적 영성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작지만 건강한 목회를 지향하는 기독운동단체 교회2.0목회자운동이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교회에서 ‘미션얼, 벽 앞에서 다시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미션얼공동포럼’에서 발표된 목회사례 중 하나다. 2011년 창립된 교회2.0목회자운동은 미셔널처치(Missional Church, 선교형 교회)를 지향한다. 이를 본 딴 미션얼처치 운동은 모든 교회와 성도가 선교적 사명을 갖고 복음을 증거하는 운동이다.

커지지 않기 위해 분립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나 ‘그 이후’에 대한 준비 미비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2007년 동네작은교회를 개척한 김종일 목사는 지금까지 5차례 분립을 시켰다. “분립된 뒤 제대로 자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막막했습니다. 분립 준비는 물론이고 분립에 실패할 경우에도 세심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나안 성도(신앙은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를 목회 대상으로 삼고, 민주적 교회 운영을 지향해온 정성규 부천 예인교회 목사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교회에선 매년 교인 총회에서 선출된 운영위원 7명이 교회 행정을 전담하고, 목회자는 목회를 담당한다. “대부분 교인들이 처음에는 민주주의와 ‘민원(民願)주의’를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화를 냈습니다.” 교회는 매년 연말 교인들의 의견 10가지를 적어내 다수 의견 순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몇 해가 지나자 자기 바람과 교회의 사역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더군요.” 이렇게 정 목사는 성도들의 소속감과 교회의 공동체성을 높여 왔다.

동네도서관을 운영하는 나유진 부천 작은나무교회 목사와 백두산 당진 영천교회 목사는 ‘목회자’와 ‘동네 아저씨’라는 정체성을 오가며 교인들과 가까워졌다. “4주년 기념행사를 했을 때 주민들이 별 거리낌 없이 교회에 오시더군요. ‘이때다’ 싶어서 복음을 전했지요. 교회 문턱이 낮아졌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나 목사)” “어려울 때 저희 교회를 찾으셔서 보람을 느껴요.(백 목사)”

이날 포럼에는 작지만 건강한 목회 모델에 관심을 가진 목회자, 신학생, 성도 70여명이 참가했다. 정성규 미션얼공동포럼 공동대표는 “미셔널처치는 목사 1명의 영향력이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를 통해 주민들에게 다가간다”며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이웃 간 만남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